경찰관들이 검은색 공기청정기 필터를 뒤집자 하얀색 가루와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공기에서 걸러낸 먼지가 아니라,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마약 '필로폰'입니다.

야산에 묻힌 검은색 비닐봉투 안에서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필로폰이 발견됩니다.

경찰이 이 같은 수법으로 마약을 밀반입해 유통한 일당과 구매자 등 4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필로폰 17.6kg, 시가 586억 원어치를 국내로 몰래 들여와 일부를 유통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공기청정기 필터 속에 필로폰을 숨긴 뒤 미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국제 택배로 실어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경찰은 위장 거래와 CCTV 분석으로 국내 유통책을 먼저 붙잡고, 택배가 유통책에게 잘 배달되는지 지켜보던 국내 총책도 발견해 잇따라 검거했습니다.

[남성신/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1계장 : 우리 수사단이 봉고차를 타고 와서 (마약이 든 택배를) 가져가니까 (피의자가) 쫓아온 거예요. 검거해보니까 국내 총책이었습니다.]

중간 유통책들은 CCTV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택가 골목길 실외기나 아파트 우편함 등에 마약을 숨기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 대신 새로운 수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필로폰을 플라스틱 통에 나눠 담아 사찰 주변 야산 땅속에 묻고 다른 유통책에게 위치를 알려 전달한 겁니다.

소셜미디어로 대화할 때마다 내용을 삭제하고, 수고비는 가상자산으로 주고 받았습니다.

경찰은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나온 필로폰과 야산에서 찾은 필로폰 등 모두 8.6kg을 압수했습니다.

28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경찰은 밀수입과 유통을 지시한 중국인 총책은 외국에 머무는 걸로 보고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할 방침입니다.

(취재 : 최승훈 / 영상취재 : 강동철 / 영상편집 : 원형희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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